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대한 축구 협회는 문제가 없을까?
전두환이 대통령을 하고 있을 때고, 판문점 총격 사건이 발생했던 때라고 한다. 그리고 국내에 삐삐가 처음 도입되고, 스티브 잡스가 현재 컴퓨터의 모태가 되는 매킨토시를 처음 발표했을 때라고 한다.
이 모든 일들이 1984년에 일어났던 일들이다.
40년 만에 올림픽에서 탈락했다. 40년이라는 숫자가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1984년 이후로 올림픽에 대한민국 축구 종목이 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1984년과 2024년을 비교해 보면 천지개벽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 종목은 시간이 흐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올림픽에 출전하였고 9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 2028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볼 수 없게 되었는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최근 아무리 축구를 못한다, 왜 못 이기냐, 왜 못 넣냐 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그래도 올림픽은 나가겠지, 어떻게든 올라가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진짜 못나가게 될 줄은 몰랐다.
어차피 물은 엎어졌고, 왜 이렇게 된 건지에 대해 한번 정리해 보고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내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예견된 참사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 실패
우선 이번 참사의 시작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나는 24년 1월에 진행되었던 아시안컵 대회부터 시작이 된 것이라고 본다.
아시안컵은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약 한달 동안 진행되었고, 대한민국 대표팀은 E조로 바레인,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한 조를 이루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1포트로 지정되었고, 피파 랭킹에서도 대한민국 23위, 요르단 87위, 바레인 86위, 말레이시아 130위로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조 1위 16강 진출이 유력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종 성적 1승 2무 승점 5점으로 바레인 2승 1패 승점 6점에 밀려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물론 본선에 올랐기 때문에 잘했다고 볼 수 있지만 아시안컵이라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대회에서 간신히 16강 진출했다는 것은 분명히 비판받을 일이었다.
당시 경기력에 많은 비판이 있었고, 조별리그 3경기에서 8득점 6 실점하면서 수비의 문제점을 숱하게 드러냈었다. 하지만 일단 본선에 진출했기 때문에 크게 논란이 되진 않았지만 16강 전에서 사우디, 8강에서 호주를 간신히 이기면서 겨우겨우 산소호흡기만 붙이는 정도의 상태라고 보였다.
결국 문제가 된 경기력은 4강전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터졌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2:0으로 완패당하면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의외로 선방한 평가전
아시안컵 4강 탈락 이후 당시 감독 클린스만은 큰 반성 없이 올림픽 예선 준비를 잘하겠다고 하면서 더 큰 비난을 받았었고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되고 임시 사령탑 상태로 황선홍 감독을 선임하여 이후 태국과의 2연전을 진행하였다.
문제는 아시안컵 당시와 큰 변화 없이 그대로 경기를 임했고, 태국 2연전은 1승 1 무로 나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중간에 프랑스에 3:0으로 승리한 것도 이번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에 한몫한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지금 대표팀이나 축구협회의 문제가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었고, 결국 언제 터져서 본격적인 이슈가 될 것이냐의 문제였는데 이게 차라리 좀 더 일찍 터지고 변화할 수 있었다면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라는 결과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선홍 감독 A대표팀 선임
진짜 문제는 바로 지금부터인데,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후 임시감독으로 황선홍 감독을 선임한 게 진짜 문제였다. 당시 황선홍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을 맡아 올림픽 대표팀만 신경 쓰기에도 벅찼는데, A대표팀까지 맡게 되었으니 올림픽 대표팀 관리가 잘될 수 있었냐는 생각이 들었다.
황선홍 감독이 선임된 것도 문제지만 황선홍 감독을 선임한 축구협회가 가장 큰 문제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축구협회는 대한민국 축구의 전술 기조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오로지 본인들과 친하거나 학연, 지연이 있는 사람들만 선임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어떤 전술이나 생각이 있어 이런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라는 것보다 지금 당장 협회가 욕을 먹지 않으려면 이름 있는 감독을 데려와야 하고, 단순히 이름값만 보고 데려오다 보니 당연히 비싼 계약을 통해서만 데려올 수 있다.
그렇기에 클린스만 감독과 계약 해지 할 때 100억이 넘는 위약금을 주는 계약을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책임지지 않는 대한 축구 협회와 회장
이렇게 의미 없는 감독 선임과 무책임한 계약을 해놓고 절대 축구 협회와 회장은 나서서 문제 해결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축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축구협회는 항상 꼬리 자르기 식의 행위로 감독이나 선수를 방패막이 삼아 그 사람들이 욕을 먹는 동안 협회는 뒤로 살짝 빠져있고, 성과가 있을 때는 앞에 나서서 자랑하는 식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대한민국 축구에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한 사건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정몽규 회장의 경우에는 이런 식의 행위로 지금까지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은 3회 연속 이어가고 있고 지금도 4선 연임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문제가 생겼을 때 본인들은 빠지고 감독과 선수에게 프레임을 씌워 방패막이로 삼으려고 하니 누가 나서서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함께 하고 싶어 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단순히 감독을 바꾸고 선수를 바꾸고 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대표팀의 매 경기마다 반복되는 문제인데 결국 귀결되는 문제의 근원은 축구 협회이다.
축구 협회의 수장인 회장부터 바뀌어야 그 밑에 누구든지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협회 수장이 바뀌면 그다음부터는 축구협회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축구 협회에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감독 선임에 항상 문제가 발생했고, 이도저도 아닌 팀이 되어 가고 있다.
시스템을 바꾸면서 대한민국 대표팀 전술의 콘셉트를 잡아야 할 것 같다. 과거 벤투감독이 잘되었던 이유가 바로 감독 철학때문 이었다. 짧은 패스와 압박 컨셉을 통해 꾸준히 대회를 준비하고 선수들을 훈련시킨 결과,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를 얻었고, 지금까지도 벤투 감독 시절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영광의 시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협회가 바뀌고 시스템이 세워지면 그다음은 시스템에 맞는 감독 선임이 필요할 것 같다. 협회와의 관계로 감독을 선임하는 것이 아닌, 전술 철학에 맞는 제야의 감독들을 발굴해서 꾸준히 전술 콘셉트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의 경우 아무리 감독이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티키타카라는 큰 전술 콘셉트를 1 군부터 2군 선수, 유스 선수들까지 모두 익히고 있기 때문에 어떤 선수가 와도 전술에 흔들림 없이 꾸준히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협회 문제점들이 쉽게 해결될 거 같았으면 이렇게 문제가 될 것도 아니었다. 즉, 해결되는데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릴 것이고, 해결이 될지조차도 의문이다. 당장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후 올라온 축구협회의 사과 메시지를 보니 이번에도 틀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안 바뀔 것 같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면 정말 한국 축구는 어디까지 퇴보할지 누구도 모를 일이다.
나 역시도 대한민국 축구팀의 한 팬으로서 하루빨리 문제가 해결되고 응원할 맛 나는 그런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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